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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책임지지 않으려는 의사, 책임 거부하는 고객

고객과 환자 사이

나는 성형외과에 방문한 사람들을 환자患者로 보지 않는다. 병들거나 다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형외과의 서비스 정신도 바뀌어야 하며 성형외과를 대하는 우리의 입장도 조금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겐 성형외과를 찾는 그들이 늘 ‘고객’이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병원 관계자들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고객과 환자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아 수술 불만족이 불러온 논란과 해결 방법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들이 많다. 마찬가지로 성형외과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자신이 ‘고객’인지 ‘환자’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병원 시스템은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바뀌어야 한다.

같은 병원에서 재수술을 꺼리는 고객

가끔 수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부작용의 문제로 재수술을 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고객은 수술받은 병원에서 재수술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주 어려운 문제 중 하나인데 여기서도 견해 차이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병원에서는 어쨌든 책임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재수술을 권하지만, 이미 신뢰를 잃은 고객은 재수술 결과를 불신하기 때문에 환불을 요구한다. 여기서 고객과 병원의 입장을 잘 조율하는 것이 실장의 역할이지만 실장이 수술을 해준 것도 아니고 모든 권한을 다 가진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조율하기에 한계가 있다. 병원은 환불을 꺼리고 고객은 전문의에 대한 신뢰가 없으니 재수술을 꺼린다. 이러한 견해 차이로 조율 과정은 계속 원점이 되고 결국 감정만 상한다.

신뢰를 쌓으려면 병원과 고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고객이 끝까지 자신을 믿고 따라와 주길 원한다면, 병원에서는 변함없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고객을 위한 올바르고 철저한 상담을 통해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 고객은 끊임없는 질문으로 궁금증과 불안감을 해결하고 병원을 신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결국엔 소통이 참 중요한데, 병원은 고객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고객도 병원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서로 각자의 입장에서만 이야기하니 절충안이 나오기가 쉽지 않다.

진단서를 잘 써주지 않는 병원

수술이 잘못되었음을 입증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다른 병원에서 진단서(또는 소견서)를 받는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학연 관계로 깊게 얽혀 있어 서로 누군지 뻔히 알기 때문에 문제점을 파악했더라도 진단서를 잘 써주지 않는다. 혹시라도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든지,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에 조심스러운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앞에는 선배가 운영하는 병원, 옆에는 후배나 동기가 운영하는 병원들이니 얼마나 좁은 세상인가.

간혹 소신 있는 전문의가 그런 것들을 다 무시하고 진단서를 써주었더라도 잘못된 수술을 해준 병원은 그 진단서를 잘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의료는 각자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라는 것이 그 이유다.

만약 정말 잘못된 수술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자신의 학연 관계가 얽혀 있어 소신을 저버린다면 좋은 의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관계 속에서 우리가 전문적인 소견이 필요할 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

보상 제도의 어쩔 수 없는 한계

병원의 책임을 거부하는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환불이다. 문제의 정도가 심하면 환불 외에 재수술 비용까지 추가로 요구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원활하게 해결될 때도 있지만 대다수 병원은 환불해주지 않으며,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제도 없고 병원 자체의 보상제도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성형 결과를 판단할 때는 ‘주관적’인 의사가 많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디까지가 객관적인지도 판단하기 어려운데 수술을 집도한 전문의만 상세하게 알 뿐, 수술을 참관하지 않은 다른 의사들은 “이렇게 수술했겠구나”라는 추측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원활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고객들은 일반적으로 소비자원에 민원을 넣지만, 소비자원에서도 객관적인 판단을 위해서 진단서, 소견서, 진료 기록 등을 필요로 한다. 앞서 말했듯 병원들의 원활한 협조가 있어야 구할 수 있는 자료들인데 현 실정에서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들의 원인으로 굳이 누구 하나만을 탓할 수는 없다. 병원 시스템을 바꾸기가 쉽지 않고 어디든 나쁜 사람이 있듯이 병원에도 무책임한 의사들이 있다. 또한 개개인이 자세히 모를 문제들이 무수히 발생하며 그 문제에 대한 보상제도 또한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세상은 그저 고객들이 똑똑해지길 바라고 있을 뿐이다.

성형하고자 한다면, 꼼꼼하고 까다롭게 잘 알아보고 많이 공부해서 상담을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른 절차를 밟아가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병원 관계자들이 변할 수 있도록, 또 우리가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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