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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외국인 성형 의료관광 실태


2009년부터 의료법이 조금씩 개정되었고, 병원과 의료관광법인에서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홍보 활동이 가능해졌다. 그 뒤로 의료관광이 본격화되었고 2010년부터는 의료관광비자(M비자)가 도입되어 외국인들의 입국이 전보다 수월해졌다. 하지만 불법적인 루트 형성, 깨끗하지 못한 거래, 과잉진료와 그로 인한 부작용 등이 난무해 의료관광의 현실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지경이다.

최근 언론매체를 통해 의료관광의 어두운 이면을 조명한 이야기들이 많이 보도되고 있다. 너무 좋지 않은 모습만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그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현실을 따끔히 지적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환상만으로 의료관광업에 뛰어드는 이들

한국의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좋은 직장을 다니는 중국인 친구가 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의료관광이 생각보다 돈을 잘 벌던데, 나도 직업을 바꾸고 싶어”라고 말했다. 뜬금없는 말에 당황스러웠는데, 알고 보니 그 친구의 지인이 의료관광 중개인을 하고 있었다. 최근에 지인의 요청으로 통역을 잠시 해주면서 이 업계를 접한 첫 느낌이 바로 의료관광은 수입이 좋다는 것이었다.

한때는 그랬다. 중국 고객들은 현금을 가져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일명 ‘007가방’에 몇 천만 원의 수술비를 현금으로 들고 오기도 했고, 한국으로 성형하러 오는 중국인들은 부유층이 많다 보니 병원에서 수술비를 몇 배로 부풀려 부르기도 했다. 수익이 많다 보니 병원들은 중개인들에게 무리한 인센티브를 주더라도 경쟁적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에 열을 올렸다.

그러다 2년 전에는 강남구청에서 무분별한 의료수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평준화를 제안했고, 외국인들에게 제공하는 의료수가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공문을 보냈다. 나는 그 정책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료수가가 병원마다 천차만별에 지나치게 비싼 건 분명 잘못되었지만, 전문의의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 의료수가를 일률적으로 책정하는 것 또한 그 전문의가 제공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의료 서비스 질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력이 1년 차인 전문의와 10년 차인 전문의의 의료수가가 똑같이 책정된다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누군가 급여를 내 가치로 평가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정한다면 열심히 일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현실에 맞춘 방안을 찾지 않는 한 내 중국인 친구처럼 막연한 환상에 휩싸여 이 분야의 일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중개인은 인센티브를 많이 제공하는 병원으로 고객을 이끈다.

병원에 있다 보면 중국인 중개인, 국내 중개인들이 영업차 방문한다. 병원이 어떤지 둘러보려는 이유도 있지만, 고객을 유치하면 인센티브는 얼마나 줄 수 있는지 묻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얼마를 생각하고 계시는데요?”라고 물어보면 명확히 대답하진 않는데, 많이 준다는 병원으로 고객을 데려갈 것이란 사실만은 아주 뻔하다.

중개인들의 소개로 병원을 방문한 고객들은 모른다. 그들은 좋은 병원으로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인센티브를 많이 주는 병원으로 안내하고 있다는 것을. 정말 좋은 병원으로 안내할 생각이 있는 중개인들은 자신이 직접 수술이나 시술을 받아보기도 하는 등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면서 병원과의 관계를 오래 유지하려고 노력하지, 대충 병원만 둘러보고 가진 않는다.

예전에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술비를 받아내는 중개인들이 많았다. 수술비를 두 배로 받는 것은 기본이고, 병원에는 수술비 정가만 주고 나머지는 중개인의 주머니로 들어가기도 했다. 그래서 의료관광 초기에는 중개인들이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꼬리도 길면 잡히는 법, 중개인의 소개로 30여 명의 중국인들이 단체로 왔다가 병원에 비치된 메뉴판을 보고 수술 정가를 알아버려 한바탕 난리가 났다.

이제는 중국 고객들도 똑똑하다. 평균적인 의료수가도 알고 중개인들의 횡포도 알고 있어 많이 부풀려진 의료수가에는 의심을 품는다. 또 중개인을 통하지 않고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발품을 팔아 병원을 선택하는 중국 고객들도 늘어가는 추세다.

사후관리는 나 몰라라 하는 병원들.

현재 의료관광 유치를 하는 중국인이 있는데 나와는 한때 동료였다. 그 친구 소개로 온 중국인이 어느 대형 성형외과에서 양악수술을 했다. 그런데 수술하고 나서 안면 비대칭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친구는 중국인 고객과 함께 병원으로 찾아가 담당 전문의를 만났는데, 그 전문의 이야기가 더 황당했다고. 전문의는 원래부터 수술하면 입을 다물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고 말했다. 이후로 고객에 대한 그 어떤 조치도 없었으며 더 이상 전문의를 만날 수도 없었다. 수술 전 고객에게 그런 이야기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며 “대형 성형외과 전문의라 믿었지만 한국 의사들은 다 똑같이 무책임하다”고 말하는 친구의 이야기에 나는 자존심이 상하고 꽤 부끄러웠다.

물론 모든 전문의가 그런 것은 아니나 중국인 고객의 불만 및 이의 제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병원들이 있다. 책임 소재를 중개인에게 떠넘기거나 통역이 잘못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중국인 고객의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비록 중개인의 안내로 방문했더라도 수술이 진행되는 순간 수술과 관련된 모든 책임은 병원에 있고, 중개인도 병원과 고객 사이에서 최대한 불만을 중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양측 모두 그러한 노력은 기피하고 고객 유치로 얼마의 이익이 생기는지에 만 중점을 둔다. 그 가운데서 피해를 보는 고객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요즘은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고 있다. 중개인, 병원 관계자, 그리고 정부에서도 서로 책임을 가지고 대처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이미지만 실추하고 의료관광의 붐은 금세 사그라지고 말 것이다.

달라진 외국인 고객들

좋은 병원을 스스로 찾는다.

30대 중반의 여성으로 양악수술을 위해 홀로 한국까지 성형 의료관광을 온 고객이 병원을 방문했다. 이것저것 들은 이야기가 있어 중개인은 믿지 못해 한 달 일정으로 많은 성형외과 상담을 다녀보고 수술을 결정할 거라던 그 고객은 내게 한 손에도 다 잡을 수 없는 양의 성형외과 원장과 상담 실장들의 명함을 보여주었다. 방문한 병원의 상담 내용이 다 기억 나느냐고 묻자 명함마다 적혀 있는 수술 비용을 보여주었다.

그 많은 성형외과 상담을 다닌 고객은 그중 어느 병원이 가장 잘하느냐고 되물었다. 어떠한 기준을 가지지 않은 채 무작정 상담만 다닌 결과였다. 비전문의와 전문의에 대한 이해도 없고, 양악수술은 내가 당시 근무하던 개인 성형외과에서는 하지 않는다는 것도 몰랐다. 나는 비전문의 병원과 양악수술을 하지 않는 병원 명함을 빼주었다. 그리고 장비가 잘 갖춰진 큰 병원이나 구강악안면외과와 협동 진료할 수 있는 병원에서 하라고 충고했다. 중국인 고객들은 우리나라 고객들보다 병원을 선택하기가 훨씬 더 어려울 수밖에 없음을 실감했다.

내가 그동안 겪어온 중국 고객들은 무조건 큰 병원, 의료진이 많은 병원, 수술비가 저렴한 병원, 수술 결과를 확답해주는 병원을 손꼽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 고객은 내가 해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며 자신이 그런 병원을 찾을 때까지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국인 친구와 함께 방문한다.

중국 유학이 한층 늘었음을 실감할 때가 있다. 바로 중국인 친구를 데리고 함께 방문하는 한국인들을 만날 때인데, 친구의 성형 상담을 함께 듣고 고민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중개인을 믿고 오는 것보다 더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된다. 중국인 고객들은 주위에 한국인 친구가 있다면 부탁해서 함께 병원에 방문하는 게 어쩌면 한국 실정을 몰라 발생할 수 있는 부당한 대우나 통역의 오류를 조금이라도 덜 겪을 것이다. 물론 한국인은 친구를 위해 국내 성형시장에 대한 이해와 정보 수집 등 좋은 성형외과를 선별해내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 작은 노력이 현 의료시장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외국인 친구가 성형을 실패하지 않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아주 뜻깊을 것이다.

개선되고 있는 대한민국 의료관광업

의료관광을 통한 고객 유치에 여러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발 빠른 병원들은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배치

의료관광 코디네이터라고까지 말하기는 아직 거창하지만, 중국인 고객의 방문이 늘어나면서 병원에서는 중국어 구사가 가능한 코디네이터들을 배치함으로써 의사소통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빠른 서비스 안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료 통역이라는 것이 말만큼 쉬운 게 아니다 보니 인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새로 시작된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자격증 시험을 통해 좀 더 검증된 전문 인력이 배출되길 기대해본다.

 

철저한 사후관리를 위한 현지 병원과의 제휴·설립

중국 고객들이 국내에서 성형수술을 하고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이 바로 수술 후 처치다. 넉넉한 일정을 계획하고 방문하기 어려워 실밥 제거조차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 수술적 문제가 생겼을 때 다시 국내로 방문하기 번거로운 경우 등이 있다. 그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중국 현지 병원과 제휴를 맺거나 현지에 병원 지점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중국 내에서도 처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중개인을 통한 고객 유치가 아닌 병원과의 직접적인 교류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또한 의료진을 파견해 국내에 방문하기 어려운 중국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이런 서비스 제공은 중국 고객이 한국으로 오는 이유를 줄어들게 한다는 점이다. 중국 내에서도 서비스를 받는 중국 고객은 편하겠지만 국내 성형외과는 외국으로 진출하지 못했을 때 외국인 성형시장에 끼기 어렵다. 또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의료시장은 언젠가 우리나라의 의료 기술을 따라잡을지도 모른다. 중국 고객을 위한 성형외과 중국 진출이 과연 좋은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중국 고객이 국내를 꼭 방문해야만 하는 제도 도입과 노력이 필요하다.

 

수술과 휴식을 원스톱으로 즐기는 메디텔 형성

메디텔Meditel은 호텔과 병원이 함께 있는 것을 말한다. 수술하고 호텔로 이동하기 번거로운 고객들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긴 하지만, 압구정과 강남에 집중된 성형외과는 지역 여건상 너무나 큰 비용을 투자해야 하므로 쉽게 진행되고 있지 않으며, 의사는 병원이 아닌 곳에서 수술과 진료를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 아직은 개선되어야 할 점들이 많다. 또 이러한 원스톱One-Stop 관리가 익숙하지 않은 고객은 두 곳을 완전히 분리해 수술과 치료는 병원에서 받고 호텔에서는 편안한 휴식을 취하길 원하므로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과 다양한 홍보를 통한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이제는 중국인 고객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로 의료관광 시장이 확대되면서 앞으로는 국내를 방문하는 의료관광 고객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동안 있었던 많은 시행착오와 부작용들을 점검해 불편한 부분들을 개선하고 확실한 제도를 마련해 좀 더 올바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국내의 성형 기술이 튼튼한 기반을 다져가고 많은 성형외과가 함께 성장해서 국내 고객들에게도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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